양가 부모님이 서울에 사시는 관계로 며칠 전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 어둠이 내리는 서울역 광장을 걷는데 커다란 종이 박스를 힘겹게 들고 구부정한 몸짓으로 총총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어르신을 보니 마음이 짠하여 종이박스를 들어 드렸습니다. 이상한 사람도 다 있다는 듯 쳐다보면서도 힘이 드신 듯 가만 놔두며 도움을 받으셨습니다. 서울역 지하철 광장 툇마루를 넘어 서울역사 안으로 넘어가는 돌계단 위에 서니 "도와줘서 고맙소!" 어르신의 짧은 인사말에 의아해하는 나에게 종이 박스를 이리 저리로 움직여 바닥을 만들고 벽을 세우며 하시는 말씀이 "박스가 나를 재워 줄 우리 집이야" 하셨습니다.
한겨울 깡 추위에 구부정히 드러누운 등판에 외로움이 흘러내리고 끼니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고 때에 절어 반지르르한 차림의 어르신 말씀에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서둘러 열차표를 구입하고 시간이 조금 남아 TV앞 의자로 다가가니 역사안의 사람 중 절반이 넘는 허름한 차림의 노숙자들…….옆자리에서 벼룩신문을 세세히 뒤적이던 환갑을 훨씬 넘겼을 할아버지... 젊어서는 윤기 자르르 흐르고 탱글탱글 곱디 고왔을 어르신은 눈동자를 모아 겨누며 핸드폰을 누르시더군요. "나이가 좀 들었는데 시켜만 주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건강하고 정신은 맑으며 얼마 전까지 아파트경비를 했습니다."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구직을 호소하는 어르신의 약한 모습을 보며 KTX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우리나라 국민 전체 인구의 약 10%라고 하는데 노인복지시설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르신들이 마음 놓고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에서 스치듯 만났던 두 어르신들과 자비원의 어르신들을 비교하며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고 언젠가 똑같은 처지가 될 텐데 자비원에 계시는 우리 어르신들께 잘못한 것이 아쉬움과 후회로 남았습니다.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따스한 마음으로 다가가고 어르신들의 눈높이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며 우리 어르신들 자비원에 사시는 동안 하루하루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시길 부처님 앞에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