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이야기입니다.
올해로 89세가 되시는 손00어르신은 걷기가 불편한 어르신이지만 인지가 어느정도
되시는 분으로 농담도 잘 하셔서 직원들과 사소한 담소를 자주 나누곤 하십니다.
식사 준비로 한창 바쁜데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이 앞에 앉아 계시는 문00어르신께
올해 나이가 몇인지 한번 물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어르신과 연배가 비슷하다고
말씀드리니 직접 한번 물어보라고 재차 말씀을 하시길래 "문00어르신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하고 여쭈었더랬습니다.
그랬더니 "몰러! 하도 오래살아서 나이도 까먹어부렀어!"하셨습니다.
이 대답을 들으신 손00어르신이 "하기사 나이가 480이나 묵었는데 오래살기도 살았
지! 인자는 나이도 생각이 안나는 갑다."이러시면서 혼자 웃으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자 어제 문00어르신께 나이를 물으니 480살이라고 하더라
며 손00어르신이 하도 웃어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났습니다.
손00어르신과 문00어르신, 그리고 이00어르신을 모시고 오후 원내산책을
나갔습니다.
이 세분의 대화내용입니다.
손00어르신: (문00어르신을 보며) 어이! 할매요! 나이가 몇살이나 됐는교?
문00어르신: 많이 안묵었어! 480살 밖에 안묵었어!
이00어르신: 움마야! 무슨 나이를 480이나 묵었다카노? 참말이가?
손00어르신: 그라면 영감나이는 몇이나 되는교?
문00어르신: 우리 영감은 나보다 쬐께 덜 묵었어! 460살!
손00어르신: 그라면 아들은 몇살이나 묵었는디요?
문00어르신: 아들은 280살이여!
이00어르신: 징그랍게도 오래살았네! 근데 머리는 나보다 더 까만거같노?
이러시면서 대화를 나누던 어르신들도 옆에서 듣고 있던 직원들도 모두 웃음보가 터져
난리가 났었습니다. 제가 이00어르신께 "어르신도 오래오래 사셔서 480살이 한번
되보세요!"하니 "아이고! 선생님 그거는 욕이라요. 나는 100살까지 살까봐 걱정이
태산인데 앞으로 480살이 되도록 살려면 지겨워서 우찌 살아요! 그냥 나이들어
오래살면 살아있는 귀신이지 그게 사람이게요?" 하며 정색을 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은 저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잣대를 다르게 표현하십니다.
한세상 편하게 살았다느니 오래살았다느니 아픈것 보다 죽는게 낫다느니....
하지만 죽음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더 많으신 우리 어르신들... 480살은 아니더라도
백수는 누리시기를 기원해봅니다. |